감정 표현을 억누른 다면 몸에 어떤 신체적 증상을 일으킬까?
감정 표현을 말로 하지 않는 것이 몸에 병을 만든다고요?
우리는 종종 화가 나거나 슬플 때, 그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삼켜버리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까 봐,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혹은 나조차 내 감정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침묵을 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시되는 문화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미성숙한 행동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과 신체의학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단순한 성격 문제나 참을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표현되지 않고 억제된 감정은 몸의 특정 부위에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만성 질환이나 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즉,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체라는 다른 통로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하면서 자주 두통이나 소화 불량에 시달리거나, 이유 없는 피로감과 긴장감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이라면, 그 증상이 단순한 생활 습관이나 체력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억제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감정이 신체화되어 나타나는 빈도가 더 높다는 것이 심리 생리학적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억눌린 감정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과 생리학적 근거를 토대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감정이 표현되지 않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신다면,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억눌린 감정이 몸에 미치는 심리생리학적 영향
심리학적으로 억눌린 감정은 무의식의 영역에 저장되며, 이 억압된 정서가 결국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을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합니다. 이는 말 그대로 마음의 고통이 몸의 통증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감정 표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그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율신경계나 면역계, 내분비계와 같은 신체 시스템에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 두통, 위장장애, 만성피로, 어깨 결림, 가슴 답답함 등입니다. 예를 들어, 억울한 감정을 자주 억누르는 사람들은 목과 턱에 긴장이 쌓이고, 만성적인 근육통이나 이갈이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을 억제하는 경우에는 소화불량이나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 혹은 심장 두근거림, 불면증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정신과 의학에서도 감정 억제와 특정 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적극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불안 장애, 심혈관 질환, 고혈압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합니다. 이는 억제된 감정이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면역력 저하와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몸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성적인 긴장 상태는 결국 신체의 여러 시스템에 무리를 주어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억눌린 감정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건강 전체에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면 신체 증상이 줄어듭니다
억눌린 감정이 신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지만,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즉,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낮고, 신체 질환의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여러 심리생리학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는 감정 표현이 곧 신체와 마음의 순환 구조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심리치료나 감정코칭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는, 감정 표현 훈련을 통해 만성적인 증상이 개선되었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억눌린 분노를 인식하고 안전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한 결과, 편두통과 어깨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임상 보고가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말’이나 ‘행동’이라는 통로로 건강하게 흘러갈 때, 신체의 불균형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은 꼭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기 쓰기, 감정 단어 노트 정리,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는 미술 활동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해소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며, 표현될 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감정 표현 활동을 일상화하면 자율신경계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긴장이 줄어들며, 수면 질도 개선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예방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 곧 몸을 돌보는 일입니다
감정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신체라는 또 다른 언어로 표현되며 우리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잦은 두통, 어깨 결림, 만성 피로, 소화 장애 등 이유 없는 신체 증상 뒤에는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감정적인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정직하게 대하는 방법이며, 몸과 마음을 조율하는 가장 근본적인 자기관리 기술입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면, 몸은 점점 가벼워지고, 마음도 이전보다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혹시 지금, 이유 없이 몸이 자주 아프거나 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자주 누르고 있었던 감정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곧 몸을 돌보는 일입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 눈물 한 방울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삶을 통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