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감정 표현 억제가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

감정을 억눌렀던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되는가?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 “울지 마”,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 말들은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말이지만, 반복되면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곧 잘못된 행동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감정 억제 습관은 단순히 어린 시절을 지나가는 습관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관계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기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감정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감정은 소통의 시작이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창입니다. 아이가 슬플 때 울 수 있고, 기쁠 때 웃을 수 있어야 정서적으로 건강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채 성장하면, 감정 표현을 위험한 행동으로 인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대인관계에서 감정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상대방의 감정에도 둔감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신뢰 형성과 공감 능력을 저해하며,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데 장애물이 됩니다. 더 나아가, 감정을 억제하는 습관은 불안감, 자존감 저하, 분노 조절 문제 등으로 연결되며, 결국 건강한 대인관계를 맺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어릴 적 감정 억제가 어떻게 성인기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심리학적 이론과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고, 감정 표현을 회복하는 방법도 함께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감정 억제는 어떻게 내면에 뿌리내리는가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 양육자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받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 방식을 학습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속상해서 울었을 때 “괜찮아, 그런 기분 느낄 수 있어”라는 공감의 반응을 받으면, 감정 표현은 ‘안전한 행동’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그만 울어”, “남들 앞에서 부끄럽잖아”라는 말을 듣게 되면,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곧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복된 경험은 감정 억제를 ‘자기 보호 전략’으로 자리잡게 만듭니다. 즉, 감정을 표현하면 혼나거나 거절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예 감정을 감추고 자신을 방어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되며, 특히 정서적으로 민감한 아동일수록 감정 억제 성향이 더 강하게 형성됩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안전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숨기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회피형 애착 회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피형 애착을 가진 아이는 커서도 감정 표현을 어려워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거리를 두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결국 감정 표현을 억제한 채 성장한 아이는 감정에 이름 붙이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끼며,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이는 성인기의 정서적 공감력 저하로 이어지며, 인간관계에서 자주 오해를 사고, 깊은 신뢰를 쌓는 데 한계를 겪게 됩니다.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나타나는 영향

어릴 적 감정 억제가 성인이 되었을 때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정서적 거리감’입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게 되며, 이는 ‘벽이 있는 사람’,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이로 인해 가까운 관계에서조차 깊은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게 되고, 인간관계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또한 감정 억제 습관은 상대방의 감정을 오해하거나 과잉 해석하게 만드는 경향도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은 타인의 감정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며, 자신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거나 회피합니다. 이는 갈등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게 만들며, 결국 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과하게 참다가 폭발’하거나, 반대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오해를 키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이는 건강한 갈등 해결을 막고, 반복적인 감정 불안정 상태를 야기하며,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감정 억제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어, 낮은 자존감과 자기 불만족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곧 자아의 건강성과 연결되는데, 이 부분이 결핍된 경우에는 외부의 인정이나 타인의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됩니다.

이처럼 어릴 적 감정 억제는 단순한 유년기의 문제가 아니라, 성인기의 전반적인 정서 및 대인관계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감정 표현을 회복하는 것이 곧 관계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분들은 자주 말합니다.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기분이 나쁜 건 알겠는데 그걸 말로 못 하겠어요.” 이처럼 감정 표현은 익숙하지 않으면 매우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감정 표현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능력입니다.

첫 번째로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루 중 느낀 감정을 단어로 써보거나, ‘기분 기록 앱’을 활용해 감정의 이름을 붙이는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은 무기력했어”, “회의 때 서운함을 느꼈어”와 같이 감정에 언어를 부여하는 연습은 감정을 표현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두 번째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작은 감정부터 표현해보는 것입니다. "오늘 기분이 조금 꿀꿀해요", "그 말에 살짝 당황했어요"처럼 감정의 농도를 낮춰 표현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깊은 감정을 꺼내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감정의 표현이 감정 회복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매우 유익합니다. 심리 상담, 감정 코칭, 그룹 세션 등은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스스로의 감정 사용법을 배우는 실질적인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여는 열쇠입니다. 어릴 적 감정 표현을 억눌렀더라도, 지금부터 다시 감정을 회복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훨씬 더 따뜻하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감정을 말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